*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영화 「7번방의 선물」은 무려 10년 전에 나온 영화입니다.
당시 관객 수 1000만을 훌쩍 돌파하고, 박스오피스 1위까지 찍었죠. 그 여파로 아직도 명절이 되면 특선 영화로 방영되곤 합니다.
제가 이 영화를 쓰레기라고 생각하는 것과 별개로, 흥행에 성공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7번방의 선물」이 정말 좋은 영화여서 흥행한 걸까요?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습니다만, 불호의 입장인 제가 볼 때는-
「7번방의 선물」은 아주 전형적인 감성팔이 신파물입니다. 제가 이 영화 때문에 한국영화 신파 알러지가 생겼어요. 이 정도로 감성을 강매하는 영화는 손에 꼽힐 정돕니다.
참고로, 제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평점은 1.5점(5점 만점) 정돕니다. 그것도 순전히 류승룡 배우 때문이지, 만약에 류승룡 배우가 안나왔더라면 0점 줬을 겁니다.
워낙 유명하니까 줄거리는 다들 대충 아실텐데요.
주인공인 용구(류승룡 扮)는 지체장애인입니다. 어느 날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들어가게 되죠. 그런데 어떠한 사건으로 딸인 예승이가 교도소에 들어와서 아빠와 함께 지내게 됩니다.
여기까지만 보고도 저는 대단히 분노했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개연성을 아예 무시하고 시나리오를 막 갈겼어요.
어린 딸이 몰래 교도소에 숨어 산다는 것부터 말인지 방구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렇다고 치고 넘어가야 그 다음 내용이 전개가 되니까 백번 양보해서 '영화적 허용'이라 칩시다.
하지만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건, 용구의 사형 선고 부분입니다. 이건 진짜 용서가 안 돼요.
제아무리 악독한 범죄자여도 사형선고를 받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용구의 사건에서 판결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목격자 증언입니다. 확실한 물증은 없어요.
그런 상황에서 "응 안봐도 니가 했네 너 사형"이라고 스피디한 판결이 나올 수가 있겠습니까. 한국 사법 시스템에 족가튼 부분은 있지만, 그 정도로 좆 같지는 않습니다.
하물며 용구는 장애인입니다.
여러분들도 기사에서, 범죄 저지르고도 심신미약인 척 발광하는 새끼들 많이 보셨을 겁니다. 걔네들이 왜 그렇게 염병천병을 하냐면, 심신미약일 때 감형이 되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한눈에 봐도 지체장애인이라는 걸 알 수 있는 용구가 사형이라구요? 정상적인 재판이라면 감형 사유가 되고도 남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얼토당토 않은 내용으로 전개했을까요. 이유는 딱 한 가지입니다.
용구를 세상에서 제일 가엾은 캐릭터로 만들기 위해서죠.
착하고 순수하고 딸바보인데다가 심지어 장애까지 있는 아빠가 누명을 쓰고 사형을 당한다?
이런 억울한 일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습니까. 사람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측은지심이 있다면, 이 사연에 울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신파 알레르기가 있는 저도 보면서 눈물을 흘리긴 했습니다. 근데 그건 가슴 깊이 우러나는 감동 때문이 아니라, 동정심을 걸레짜듯이 쥐어짠 거예요.
눈에 고춧가루 뿌리면 눈물이 나오지 않습니까? 그거랑 똑같습니다.
감독은 용구를 고춧가루처럼 사용한 겁니다.
어떻게든 관객을 울려보겠다 작정하고, 캐릭터를 무력하고 비참한 상황에 몰아넣었어요.
'신파'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아까운 영화입니다. 인간의 불행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전시하는 건 학대예요.
시나리오가 문제인지, 감독의 연출 방식이 문제였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장애를 가진 주인공 캐릭터를 대하는 방식이 불쾌함을 넘어 역겹기까지 합니다.
제가 이 영화를 싫어하는 이유를 또 한 가지 꼽자면- 범죄자 캐릭터를 미화해서 코미디 요소로 사용했다는 겁니다.
용구가 생활하는 7번방에 같이 사는 재소자들도 소매치기, 전직 조폭, 사기 등 다양한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교도소에 들어온 겁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그들을 전부 인정 넘치는 좋은 사람으로 묘사하거든요. 심지어 악동이나 장난꾸러기 정도로 보이기도 합니다.
왜냐구요?
깜빵 동료들은 전부, 용구가 딸이랑 같이 지내는 걸 숨겨줄 정도로 착한 사람이어야만 이야기가 성립되기 때문입니다. 그중에 페도필리아가 한 명이라도 섞여있다고 가정하면, 영화가 진행이 되겠습니까.
극중에 존재하는 갈등은 오로지 거지같은 사법 시스템과 불쌍한 용구의 대립에 집중되어야 하므로, 나머지 부분은 그냥 병풍 처리해버린 거죠.
동료 재소자? 전부 좋은 사람으로 만들면 문제 해결 뚝딱!
이 얼마나 단순하고 게으른 스토리텔링입니까.
초반부터 주구장창 거지 같았던 영화는 후반에 가서 쌉소리의 정점을 찍습니다.
탈옥하려고 열기구를 만들면서 별 꼴깝 다 떨더니, 용구가 딸이랑 철창 사이로 손 잡고 울고불고하는 씬에서 꼴깝이 최고조에 달합니다.
여태까지 아직 울지 않은 관객이 있나 없나 확인사살하는 겁니다. 똥 싸는 거죠 이건.
감독은 이렇게까지 캐릭터를 괴롭혀서 뭘 얻고 싶었던 걸까요. 전국민의 안구건조증 치료?
이런 저질 신파물이 두 번 다시 만들어지지 않았으면 했는데, 「7번방의 선물」 때문에 이런 영화가 잘 팔린다는 선례가 남는 바람에, 이후로도 「신과 함께」 같은 말도 안 되는 영화들이 많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세상에 맙소사.
신과 함께도 언젠가 이 블로그에 리뷰를 써보겠습니다. 그 영화도 할 말이 많아요.
혹시 주변에 이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분이 계시다면, 이 리뷰를 보여주세요.
한 사람의 삶을 구하는 고귀한 행동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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