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좀비 (2023) 까는 리뷰
저는 좀비처돌이입니다.
제목에 '좀비'라는 글자가 들어갔다 하면 자석에 끌리듯이 관심을 갖고 마는데, 그 몹쓸 습성 때문에 쿠소 영화를 얼마나 많이 봤는지 생각만 해도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사실 「강남좀비」라는 제목을 보고 쌈마이 감성이 느껴져서 좀 불안하긴 했거든요.
수많은 쓰레기 영화들로 단련된 저의 전두엽을 믿고 그냥 ㄱㄱ했는데...
오 세상에
「강남좀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쓰레기였습니다.
제가 이때까지 봐왔던 대부분의 쿠소 영화들은 그래도 '영화'라는 범주에 꾸역꾸역 밀어넣을 수는 있었단 말이죠.
근데 강남좀비는 그 범주에 집어넣을 수가 없어요. 이건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영상물입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인생을 통째로 회개해보신 적이 있습니까?
저는 강남좀비를 통해 제 지난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저와 같이 끔찍한 경험을 하지 않기를 바라며, 이 리뷰를 적습니다.
* 줄거리 소개가 정확하지 않아도 양해 바랍니다.
저의 심신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강남좀비에 대한 기억을 지우려고 무던히 애를 썼거든요.
도둑놈들이 컨테이너를 따고 귀금속을 훔치려다가, 갑자기 나타난 고양이가 그 중의 한놈을 할퀴는데요.
그게 좀비의 시발점이래요 시발
왜 고양이가 숙주였는지 설명 따위 안 해줍니다.
고양이는 되게 멀쩡해보였는데. 심지어 귀여움.
어쨌든 나약한 닝겐은 좀비로 변할락말락하는 상태로 한강을 헤엄쳐서 강남 땅에 당도합니다.
그리고 회사 사무실들이 바글바글 모여있는 강남 모처의 한 빌딩에 좀비 바이러스를 퍼뜨리기 시작합니다.
주인공은 이 사람들↓인데요.
무슨 유튜브 영상 회사인지 머시깽이인지를 같이 다니는 동료 사이입니다.
그 회사가 바로 저 좀비 빌딩 내에 있었고요.
저 주인공들이 어찌저찌해서 좀비를 피해 잘 도망쳐서 살아남는다- 뭐 요런 줄거리입니다.
근데 줄거리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좀비영화 줄거리 대부분 거기서 거기고, 다 빤하지 않습니까.
사실 저는, 좀비영화의 꽃은 사람이 아니고 좀비라고 생각하거든요.
사람 역할을 맡은 배우들보다 좀비 역의 배우들이 잘 해줘야 영화가 살아요.
얼마나 그럴싸한 좀비가 나오느냐에 따라 영화 전체의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그런데 강남좀비에 나오는 좀비는, 지역만 강남이지 분장 상태는 아오지 탄광급입니다.
솔까 이걸 '분장'이라고 불러줄 수 있나 싶을 정도예요.
이게 예고편에 나온 장면입니다.
예고편은 제일 괜찮아보이는 씬만 뽑아서 쓰고, 또 워낙 빨리 지나가다 보니까, 얼마나 거지같은지 안 느껴지실 수도 있는데...
상태가 정말 진짜 가관입니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저기 나오는 좀비들보다 어제 제가 싼 똥이 더 좀비에 가까울 겁니다.
차라리 이마에 '좀비'라고 글씨로 쓰는게 더 좀비처럼 느껴질 것 같아요.
그와중에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몸 뒤집고 막 그러는데, 어휴......
영화 퀄리티가 너무 수준 이하이면 보는 사람이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강남좀비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쓰레기 포인트들 중에서 제가 제일 참을 수 없었던 건,
좀비한테 흡혈귀처럼 뾰족한 가짜 송곳니를 끼워놓은 거였습니다.
아니 세상 천지에 송곳니 있는 좀비가 어디 있냐고 미친
조지 로메로도 어이 터져서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겠네
스토리, 분장, 연기, 촬영, 편집,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쓰레기입니다.
유튜브 들어가서 눈 감고 아무 영상이나 클릭해도 강남좀비보다는 나을 거라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혹시 주변에 이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분이 계시다면, 이 리뷰를 보여주세요.
한 사람의 삶을 구하는 고귀한 행동이 될 것입니다.